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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가족 내 암 발병과 유전적 요인, 그리고 투병 과정에서의 가족의 역할

by 건강지킴이 아만다 2025. 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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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갑작스럽게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의 간암 진단, 그리고 제 자신의 갑상선암과 위암 진단까지. 한 가정에서 여러 암이 발생했을 때, 그것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더 깊은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요?

한국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가족력이 있는 경우 특정 암 발병 위험이 1.5~4배까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가족성 암 증후군(Familial Cancer Syndrome)'이라 불리는 이 현상은 많은 가정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지만, 그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 글에서는 우리 가족의 사례를 통해 가족 내 암 발병의 유전적 연관성과 함께, 투병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알아보고자 합니다. 의학적 정보와 함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 비슷한 상황에 처한 분들께 작은 등불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족 내 암 발병과 유전적 요인, 그리고 가족의 역할
가족 내 암 발병과 유전적 요인, 그리고 가족의 역할


1. 가족 내 암 발병과 유전적 요인의 과학적 이해

가족 내 다중 암 발병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국립암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1차 친족(부모, 형제자매, 자녀) 중 암 환자가 있을 경우 본인의 암 발병 위험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합니다. 우리 가족의 경우, 아버지의 간암과 제 갑상선암, 위암 사이에 유전적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유전적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 특정 암 유전자 변이: BRCA1/2(유방암, 난소암), APC(대장암), TP53(리-프라우메니 증후군) 등의 유전자 변이는 특정 암 발병 위험을 크게 높입니다.
  • 다중 저침투 유전자 변이: 개별적으로는 영향이 작지만 여러 유전자의 변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유전체의학센터 김수열 교수는 "가족 내 여러 암이 발생했다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가족성 암 증후군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라고 조언합니다. 실제로 우리 가족은 유전자 패널 검사를 통해 특정 유전자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다중 저침투 유전자 변이의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다음 표는 주요 가족성 암 증후군과 관련 유전자, 발생 가능 암종을 정리한 것입니다:  

가족성 암 증후군 관련 유전자 주요 발생 암종
유전성 유방암-난소암 증후군 BRCA1, BRCA2 유방암, 난소암, 전립선암, 췌장암
린치 증후군 MLH1, MSH2, MSH6, PMS2 대장암, 자궁내막암, 위암
리-프라우메니 증후군 TP53 유방암, 육종, 뇌종양, 부신피질암, 백혈병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 VHL 신세포암, 뇌종양, 췌장 신경내분비종양
가족성 선종성 폴립증 APC 대장암, 십이지장암, 갑상선암

2. 우리 가족의 암 발병 사례와 유전자 검사의 중요성

아버지의 간암 진단 후 6개월, 저는 건강검진에서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었고, 조직검사 결과 갑상선 유두암으로 진단받았습니다. 그리고 1년 후, 위내시경 검사에서 조기 위암이 발견되었습니다. 세 가지 암이 한 가족에서 연달아 발생하자, 담당 의료진은 가족성 암 증후군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가족성 암 증후군이 의심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

  • 조기 발병: 일반적인 발병 연령보다 10년 이상 일찍 발병한 경우
  • 다발성 원발암: 한 개인에게 여러 원발암이 발생한 경우
  • 가족 내 다수 암 발병: 여러 가족 구성원에게 동일하거나 관련된 암이 발생한 경우
  • 특이한 암종: 드문 암종이나 특정 조직학적 특징을 가진 암이 발생한 경우

우리 가족은 암유전체 패널 검사(NGS 기반)를 받았고, 그 결과 특정 단일 유전자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박재범 교수는 "가족성 암의 약 30-40%는 현재 알려진 유전자 검사로도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라고 설명합니다.

가족 내 암 발병 사례가 있다면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합니다:

  • 전문 유전상담: 가족력을 바탕으로 유전 검사의 필요성을 평가받습니다.
  • 적절한 유전자 검사: 가족 내 암 종류에 따라 특정 유전자 또는 전체 패널 검사를 고려합니다.
  • 가족 구성원 검사: 양성 결과가 나온 경우, 다른 가족 구성원들도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3. 암 투병 과정에서 가족의 역할 : 의료적 지원과 심리적 지지

암 진단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을 바꾸어 놓습니다. 우리 가족의 경우, 아버지의 간암 투병을 통해 가족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고, 이후 제가 갑상선암과 위암을 진단받았을 때 그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암 투병 과정에서 가족이 제공할 수 있는 의료적 지원:

  • 의료 정보 관리자: 여러 병원, 의사와의 상담 내용, 검사 결과, 투약 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합니다.
  • 의료진과의 소통 창구: 환자가 물어보지 못한 질문을 대신 물어보거나, 치료 방향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합니다.
  • 약물 관리: 정확한 시간에 올바른 용량의 약을 복용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 부작용 모니터링: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미세한 변화나 부작용을 관찰하고 기록합니다.

국립암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김종흔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의 약 30-40%는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우울이나 불안을 경험하며, 가족의 심리적 지지는 이를 완화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투병 과정에서 필요한 심리적 지지:

  • '함께 있음'의 중요성: 단순히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불안을 크게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 환자의 감정 인정: "괜찮아질 거야"라는 무조건적 낙관보다는 현재의 두려움과 고통을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일상 유지의 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상적인 활동과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 환자의 정서적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암 투병과 가족의 역할
암 투병과 가족의 역할


4. 가족 내 암 발병 후 경험에서 얻은 실질적 조언

우리 가족은 아버지의 간암, 제 갑상선암과 위암을 차례로 경험하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이 경험에서 얻은 실질적인 조언을 공유합니다:

  • 의사결정 우선순위 설정: 특히 초기에는 정보가 너무 많고 결정해야 할 사항이 많아 혼란스럽습니다. '생존율', '삶의 질', '치료 기간' 등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미리 생각해두면 의사결정이 수월해집니다.
  • 가족 내 역할 분담: 모든 가족이 모든 일을 담당할 수는 없습니다. 각자의 강점에 맞게 '의료정보 관리', '병원 동행', '일상생활 지원', '심리적 지원' 등으로 역할을 나누면 효율적입니다.
  • 가족 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 가족 내 암 발병 후에는 다른 구성원들의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우리 가족은 각자의 검진 일정을 공유 캘린더에 등록하고, 서로 리마인더를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 암 생존자로서의 삶 계획: 치료 후의 삶도 중요합니다. 영양 관리,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생활 습관을 가족이 함께 실천하면 지속력이 높아집니다.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임호영 교수는 "가족 내 암 발병 사례가 있는 경우, 가족 전체가 건강한 생활습관을 공유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5. 가족 내 암 예방을 위한 과학적 접근법

가족 내 암 발병 사례가 있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의 예방과 조기 발견이 특히 중요합니다. 다음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예방 전략입니다:

  • 맞춤형 검진 계획: 일반적인 검진 가이드라인보다 더 일찍, 더 자주 검진을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가족 내 암 발병 이력에 따라 검진 계획을 수립하세요.  
    가족 내 발병 암종 권장 검진 일반인 대비 시작 연령
    대장암 대장내시경 10년 일찍 시작
    유방암 유방촬영술, MRI 10년 일찍 시작
    전립선암 PSA 검사 5-10년 일찍 시작
    췌장암 내시경 초음파, MRI 일반인 미권장 검사 권장
  • 예방적 중재: 고위험군의 경우 약물 요법이나 예방적 수술이 권장될 수 있습니다. BRCA 변이 보유자의 예방적 유방절제술은 유방암 위험을 95%까지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 생활습관 교정의 중요성: 유전적 요인이 있더라도 생활습관의 영향은 여전히 큽니다. 다음 생활습관 요소는 대부분의 암 위험을 감소시킵니다:
    • 금연 및 간접흡연 회피
    • 적정 체중 유지 (BMI 18.5-23)
    • 주 150분 이상의 중강도 신체활동
    •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 가공육 제한
    • 음주량 제한 (여성 1잔/일, 남성 2잔/일 이하)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위의 다섯 가지 생활습관을 모두 실천하는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암 발생 위험이 약 40% 감소합니다."


결론

가족과 함께하는 암 여정: 위기를 기회로

가족 내 암 발병은 큰 위기지만, 우리 가족의 경우 이 경험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건강에 대한 인식이 크게 변화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버지의 간암, 제 갑상선암과 위암을 함께 이겨내며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건강한 가족'이 무엇인지 배웠습니다.

가족 내 암 발병의 유전적 요인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이 운명이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오히려 이러한 정보는 우리에게 더 철저한 예방과 조기 발견의 기회를 제공합니다. 가족력이 있는 암종에 대해 적절한 선별 검사를 받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암 투병은 환자 혼자만의 싸움이 아닙니다. 가족이 의료적, 심리적으로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때 투병의 부담은 크게 줄어듭니다. 이 과정에서 가족 구성원 각자의 건강도 함께 챙기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암 진단이 삶의 끝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가족의 사례처럼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건강한 삶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암 생존자와 그 가족들이 더 나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 시스템과 인식 개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